헤이리예술마을 스토리

예술인의 꿈과 이상을 담아 설계한 헤이리예술마을에는

오랜 고민과 철학이 담긴 색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답니다.

헤이리의 캐릭터 이해를 돕는 이야기를 비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헤이리마을 도로에 담긴 친환경 철학

헤이리예술마을
2022-04-24
조회수 179


헤이리예술마을에 방문한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풍경이 이국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외국의 어느 마을을 일부러 흉내내서 "한국의 OOO"라는 식으로 부르지 않지만 마을의 풍경은 마치 외국의 어느 마을을 보는듯 독특하거든요. 이러한 풍경에 일조하는 게 바로 벽돌 블록을 깔아 만든 도로입니다.

만약 이런 풍경에서 도로는 시커먼 아스콘으로 포장되었다고 상상해보세요.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헤이리마을 내 도로 총연장이 약 11km 정도 됩니다. 이걸 모두 벽돌 블록을 하나하나 이어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약 20년 전에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한 가지 단점이 있어요. 헤이리마을 방문객이 종종 "바닥이 깨져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벽돌 블록으로 만들다보니 군데군데 깨진 곳도 있고, 도로 밑에 배관을 묻다가 움푹 꺼진 곳도 있습니다. 


하이힐 신은 여성분들, 유모차 끄는 부모님들, 기타 이런 도로 사정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방문객 여러분에게 죄송스럽습니다. 헤이리마을의 모든 도로는 마을에서 직접 만들어 파주시에 기부채납하였습니다. 파주시 관할로서 파주시가 유지보수해주어야 하는데, 일반 도로보다 유지비와 수리비가 몇 갑절 많이 들다보니 파주시에서도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집니다. 대체 20년 전 헤이리마을은 왜 편하고 저렴한 아스콘 대신 불편하고 비싼 벽돌 블록을 택하였을까요? 경제성을 따지면 미련한 선택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20년 동안 미련한 선택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헤이리마을은 조성 당시부터 생태마을이자 친환경마을을 표방하였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마을 곳곳에 수많은 친환경 철학을 담아두었죠. 마을을 조성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필연적으로 환경은 훼손됩니다. 당시 헤이리 회원들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 하고자 여러 지침을 만들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벽돌 블록으로 만든 도로도 그 중 하나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자연 속에서 순환되어야 하는데, 아스콘으로 도로를 깔면 빗물은 우수관을 타고 어디론가 배출되고 말겠죠. 빗물이 다시 땅에 스며들고 자연 속에서 순환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 여기에 담겨있는 것입니다.

2019년 경기도와 파주시는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하여 마을의 벽돌 블럭을 신형으로 교체하여 미관을 개선하고 내구성을 강화하는 공사를 시행하였습니다. 덕분에 일부 구간은 이렇게 깨끗한 도로로 변신하였고, 이렇게 교체된 구간은 다행히 2~3년간 깨지거나 꺼지는 일 없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워낙 막대한 공사비가 소요되는만큼 마을 전체 도로를 이렇게 교체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2022년에도 파주시 예산 배정으로 약간의 구간이 추가로 교체됩니다만 역시 지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2022년 4월 현재 도로 블록 교체가 끝난 현장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심하게 깨지고 땅이 움푹 꺼져있던 곳인데 깔끔하게 보수되었고, 도로 위에 뿌린 모래는 비가 내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블록 틈을 메우며 자리를 잡게 될 것입니다.


가끔 헤이리마을도 아스콘으로 도로를 깔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일단 그런 풍경이 상상도 되지 않을뿐 아니라, 20년 전부터 지켜 온 철학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헤이리마을에 방문하면 깨진 벽돌 도로를 보면서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해놨어"라고 하지 마시고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조금이라도 친환경적인 마을을 만들려 했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아직도 미련하게 불편을 감수하면서 철학을 지키는구나"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조금은 다른 인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사진 : 헤이리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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