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예술마을 스토리

예술인의 꿈과 이상을 담아 설계한 헤이리예술마을에는

오랜 고민과 철학이 담긴 색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답니다.

헤이리의 캐릭터 이해를 돕는 이야기를 비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헤이리마을에 다리를 놓아라

헤이리예술마을
2022-06-04
조회수 101

헤이리예술마을에는 작은 하천이 흐릅니다. 그리고 하천 위로 총 다섯 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워낙 하천이 작고 다리도 작아서 별로 의식하지 않고 건넜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 다섯 개의 다리는 헤이리예술마을이 가진 고집을 보여주는 산증인입니다.


헤이리예술마을 단지 설계 당시, 마을을 관통해 흐르는 작은 물줄기는 그냥 덮어버려도 무방할 정도로 큰 존재감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헤이리 예술인들은 이 하천을 살리기로 결정하였고, 자연스럽게 하천을 건널 다리를 만들 필요가 생겼습니다.


다리를 만들더라도 그냥 하지 말자, 이왕 하는 것 예술적으로 만들자, 헤이리예술마을에서는 2000년에 공개적으로 다리 설계 아이디어 공모전을 엽니다. 지금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다섯 개의 다리는 모두 이때 공모전 당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당선작 상금 300만원, 총 상금 2000만원. IMF 직후인 2000년의 2000만원을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억대의 가치는 되지 않을까요? 대단히 성대하고 대단히 의욕적인 공모전이었습니다. 사실 다리 하나 대충 만든다고 뭐라고 할 사람 없거든요. 15m 안팎의 짧은 다리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렇게 정성을 들일까요? 헤이리 예술인들은 그만큼 "뻔한" 것을 일체 거부하고 세상에 비슷한 곳이 없는 독창적인 마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이 당시 당선작 중 하나인 "계(界)의 다리"는 실제 설계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랜 서류철에서 당시 자료를 찾았습니다.

왼쪽의 그래픽이 "계의 다리"입니다. 헤이리의 풍경을 잘 아는 분이라면 바로 눈치챘을 것 같아요. 바로 보행자 전용 다리로 로스팅하우스 커피탄생과 한스갤러리 사이에 있는 다리입니다.

"계의 다리"의 설계자는 김기환 건축가입니다. 이 당시에는 건축학도였죠. 그는 100인 100색의 예술인이 모인 헤이리에서 저마다의 세계[界]가 충돌할 텐데, 오직 보행자만 건널 수 있는 이 다리는 예술인이 교차하는 공간이므로 충돌하는 界의 접점이자 교차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김기환씨는 건축가가 되었고 헤이리 회원으로 가입하여 그 스스로 하나의 界를 만들고 있습니다. 헤이리마을 내에도 몇 채의 건물을 설계하였으며, K-스페이스가 대표작입니다.

이렇듯 헤이리예술마을은 다리 하나까지도, 겨우 15m 남짓의 짧은 다리 하나까지도 정성을 들여 마을을 조성하였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을을 만들기 위한 예술인들의 유별난 고집과 뚝심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마을입니다. 스토리를 알고 여행하면 헤이리예술마을의 풍경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거라고 단언합니다.


글,사진 : 헤이리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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