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2022년 1월) : 제1회 대한민국 여류화가 초대전 |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박물관에 미술관을 더하면
‘미니어처’는 집요한 정성의 결과물이다.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고도의 집중을 요하고, 섬세한 표현을 요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에서 보던 동화 속 세상을 현실에 소환하는 도구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수집의 대상이 된다.
그림을 현실로 바꾼 미니어처의 왕국. 거기에 또 다른 그림이 미니어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특이한 전시가 열린다.
제1회 대한민국 여류화가 7인 초대전. 정직한 행사명이다. 7인의 여류화가 작품이 한데 모인 전시회일 것임을 누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조현용, 차정숙, 박미은, 신란숙, 차수임, 지정연, 정희숙 등 여류화가 7명의 단체전이라고 한다. 작가들은 각자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의 개인전 경력을 가진 탄탄한 중견 작가라고 한다. 단정한 갤러리 전시장에 7인의 작품이 벽에 걸린 모습을 상상하면 지극히 상식적일 터.
그런데 이상하다. 전시회 장소가 갤러리가 아니다. 헤이리예술마을의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미 소장품이 가득 자리를 채운 박물관에서 대체 어떤 미술 전시가 가능하다는 소리일까? 예측 가능한 곳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도 불쑥 예술이 등장하는 헤이리예술마을이기에 가능한 전시 행사일 것이라는 기대로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을 찾았다.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미니어처 전시 박물관’이다. 동화책 속에서 보던 것 같은 귀여운 미니어처 장식들, 예컨대, 오르골이나 피라미드, 인형 세트 등이 수없이 진열되어 있는데, 각각의 섹션별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스토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인테리어와 소품을 더해 진짜 미니어처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세련된 완성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흔히 ‘미니어처 박물관’이라고 하면 익숙한 캐릭터 인형이나 장난감을 잔뜩 모아놓은 곳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은 길게는 100년 이상의 세월을 담고 있는 세계 각지의 우수한 미니어처 조형물과 공예작품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재미는 물론 어른도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런 박물관에서, 이미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운 수준급의 전시품으로 가득한 박물관에서, 대체 7인의 여류화가 작품 전시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말일까?
박물관에 들어서자 그 답이 보인다. 전시 진열장, 각 섹션을 나누기 위한 벽체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액자가 걸려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다 생각했다. 유리장 속의 손바닥만한 3D 미니어처와, 유리장 바깥의 큼직한 2D 액자가 못내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 다음 섹션으로 이동할 때마다 점점 그림은 풍경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가령, 인형의 숲을 표현하는 곳에 숲을 그린 그림을 걸었다. 유럽의 전통문화가 담긴 인형이 진열된 곳에 유럽의 풍경화를 걸었다. 인형의 집을 표현한 방의 한쪽 벽에, 마치 처음부터 방을 꾸미기 위해 그 자리에 걸려있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걸린 액자도 보인다. 이런 식으로 액자를 걸 수 있는 빈 곳마다 멋진 그림이 가득하다.
한참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출구 앞 작은 별실이 있다. 박물관에서 인형작가의 특별전을 열기도 하고, 영상을 상영하기도 하는 다목적 공간인데, 작정한 듯 온 벽을 그림으로 뒤덮었다. 작은 방이지만 여러 작가의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각각의 벽에서 경쟁하듯 예술미를 뽐낸다. 박물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알찬 전시였다.
박물관은 동화책 속에 나올 법한 풍경을 현실에 만든 미니어처 왕국이다. 거기에 또 다른 그림이 빈 공간을 가득 메우며 미니어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술관이 된다.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여류화가 7인 초대전은 “박물관에 미술관을 더한” 독특한 행사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한 가지. 아이들에게 미니어처 세상을 보여주려고 자녀와 함께 방문할 경우, 눈 앞에 펼쳐진 동화 속 세상에 흥분한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주려면 어른에게는 그림을 천천히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건 전적으로 박물관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탓(?)할 수밖에.
1호(2022년 1월) : 제1회 대한민국 여류화가 초대전 |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박물관에 미술관을 더하면
‘미니어처’는 집요한 정성의 결과물이다.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고도의 집중을 요하고, 섬세한 표현을 요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에서 보던 동화 속 세상을 현실에 소환하는 도구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수집의 대상이 된다.
그림을 현실로 바꾼 미니어처의 왕국. 거기에 또 다른 그림이 미니어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특이한 전시가 열린다.
제1회 대한민국 여류화가 7인 초대전. 정직한 행사명이다. 7인의 여류화가 작품이 한데 모인 전시회일 것임을 누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조현용, 차정숙, 박미은, 신란숙, 차수임, 지정연, 정희숙 등 여류화가 7명의 단체전이라고 한다. 작가들은 각자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의 개인전 경력을 가진 탄탄한 중견 작가라고 한다. 단정한 갤러리 전시장에 7인의 작품이 벽에 걸린 모습을 상상하면 지극히 상식적일 터.
그런데 이상하다. 전시회 장소가 갤러리가 아니다. 헤이리예술마을의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미 소장품이 가득 자리를 채운 박물관에서 대체 어떤 미술 전시가 가능하다는 소리일까? 예측 가능한 곳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도 불쑥 예술이 등장하는 헤이리예술마을이기에 가능한 전시 행사일 것이라는 기대로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을 찾았다.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미니어처 전시 박물관’이다. 동화책 속에서 보던 것 같은 귀여운 미니어처 장식들, 예컨대, 오르골이나 피라미드, 인형 세트 등이 수없이 진열되어 있는데, 각각의 섹션별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스토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인테리어와 소품을 더해 진짜 미니어처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세련된 완성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흔히 ‘미니어처 박물관’이라고 하면 익숙한 캐릭터 인형이나 장난감을 잔뜩 모아놓은 곳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은 길게는 100년 이상의 세월을 담고 있는 세계 각지의 우수한 미니어처 조형물과 공예작품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재미는 물론 어른도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런 박물관에서, 이미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운 수준급의 전시품으로 가득한 박물관에서, 대체 7인의 여류화가 작품 전시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말일까?
박물관에 들어서자 그 답이 보인다. 전시 진열장, 각 섹션을 나누기 위한 벽체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액자가 걸려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다 생각했다. 유리장 속의 손바닥만한 3D 미니어처와, 유리장 바깥의 큼직한 2D 액자가 못내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 다음 섹션으로 이동할 때마다 점점 그림은 풍경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가령, 인형의 숲을 표현하는 곳에 숲을 그린 그림을 걸었다. 유럽의 전통문화가 담긴 인형이 진열된 곳에 유럽의 풍경화를 걸었다. 인형의 집을 표현한 방의 한쪽 벽에, 마치 처음부터 방을 꾸미기 위해 그 자리에 걸려있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걸린 액자도 보인다. 이런 식으로 액자를 걸 수 있는 빈 곳마다 멋진 그림이 가득하다.
한참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출구 앞 작은 별실이 있다. 박물관에서 인형작가의 특별전을 열기도 하고, 영상을 상영하기도 하는 다목적 공간인데, 작정한 듯 온 벽을 그림으로 뒤덮었다. 작은 방이지만 여러 작가의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각각의 벽에서 경쟁하듯 예술미를 뽐낸다. 박물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알찬 전시였다.
박물관은 동화책 속에 나올 법한 풍경을 현실에 만든 미니어처 왕국이다. 거기에 또 다른 그림이 빈 공간을 가득 메우며 미니어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술관이 된다. 스토리 미니어처 뮤지엄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여류화가 7인 초대전은 “박물관에 미술관을 더한” 독특한 행사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한 가지. 아이들에게 미니어처 세상을 보여주려고 자녀와 함께 방문할 경우, 눈 앞에 펼쳐진 동화 속 세상에 흥분한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주려면 어른에게는 그림을 천천히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건 전적으로 박물관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탓(?)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