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2022년 9월) : 2022 헤이리 판 아트 페스티벌 - 둥글게 둥글게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헤이리, 제대로 판을 벌이다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성대한 예술의 판을 벌였다.
오랫동안 매년 벌인 판이었지만 지난 2년간 조용히 디지털에 흔적을 남기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한을 달래려는 듯 올해 아주 제대로 시끌벅적한 판을 열어 마을을 예술로 물들였다.
헤이리예술마을에서는 매년 예술축제가 열린다. 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2003년보다 더 오래 전, 예술마을을 만들려고 모인 예술인이 1999년부터 헤이리의 이름을 걸고 축제를 열었다. 이후 연례행사로 열린 축제는 2005년 “헤이리 판, 판, 판”을 지나 2006년부터 “판”을 고유 브랜드로 확립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판 페스티벌은 매년 가을 약 열흘(두 번의 주말)의 기간을 두고 헤이리 예술인과 예술공간이 주축이 되어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와 공연 및 참여 행사를 연다. 올해에는 “둥글게 둥글게”라는 타이틀 아래 오랜 팬데믹 중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이웃과의 연대와 화합, 평화, 친환경 등의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판’이 열렸다.
그리고 올해 판 페스티벌은 예년과 달리 1부(9월 1일 ~ 9월 15일)와 2부(9월 24일 ~ 10월 2일)로 나누어 시차를 두고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을 펼치며 제대로 판을 벌였다.
1부 축제는 서울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KIAF) 기간에 맞춘 일종의 위성행사였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신진작가 30여명의 작품을 내세운 헤이리 ACA 아트페어를 열고, 한중작가 초대전, 드로잉쇼, 미디어아트전, 박수근 디지털판화전 등 여러 전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였다. 특히 영화촬영소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디어아트전은 그동안 헤이리예술마을에서 보기 어려운 행사로 화제를 일으키며 새로운 미술 관람 체험을 가능케 하였다. 그런가 하면, 북하우스에서는 출판인 김언호의 세계 책방 사진전이 열렸고, 그 외 10곳 이상의 크고 작은 전시공간을 “온 마을이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묶어 소개하였다. 특히 마을의 출발이나 마찬가지인 북하우스, 마을에서 가장 최근에 들어와 새로운 에너지를 주입하는 이랜드갤러리 헤이리가 연합하여 축제를 열었다는 점이 헤이리마을의 신구 조화를 상징하는 듯하여 뜻깊게 느껴졌다.
2부 축제는 우리가 봐 왔던 헤이리 예술축제의 구성으로, 헤이리 예술인과 예술공간이 저마다의 콘텐츠로 문화예술을 드러내고, 상업공간에서도 팝업 전시로 힘을 보태는 ‘마을 축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헤이리 회원인 방송인 황인용의 사회로 시작한 2부 축제 개막식은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의 25번째 정기연주회로 절정을 이루었고, 약 300명의 관중이 음악을 감상하며 가을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이후 축제 기간 중 주말마다 대중음악, 클래식, 퓨전국악, 재즈, 논버벌 퍼포먼스와 남사당패 공연까지 장르를 초월하는 다채로운 공연이 갈대광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그런가 하면 하늘공원에서는 어린이와 가족이 공원에 돗자리 깔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콘셉트로 “돗자리 버스킹”을 열었고, 친환경 로컬푸드 마켓을 표방하는 “햇빛장”도 성황리에 열려 재미를 주었다.
박물관, 갤러리, 작가공방 헤이리의 문화예술공간 29곳이 각자의 콘텐츠를 개방하여 방문객의 관람 또는 체험을 돕는 “헤이리 콘텐츠 오픈”,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상업공간 13곳이 우연히 작품 전시를 마주하게 하는 팝업전시회 “어디서나그리미다”를 열었고, 친환경 주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업사이클 득템전”이 스튜디오 2곳에서 열렸다. 특히 “업사이클 득템전”은 일회용컵으로 만든 화분, 다 읽은 책으로 만든 전등갓을 만들며 소소한 재미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2부 축제의 하이라이트라면 단연 논밭갤러리에서 열린 “헤이리와 이웃작가전”을 꼽을 수 있겠다. 헤이리예술마을에 수많은 예술인이 모여있다는데 정작 그들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지 한 곳에서 확인할 기회는 드물다. 매년 축제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회화, 조소, 공예, 서예, 사진 등 장르를 초월하는 헤이리 예술인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체전인데, 올해에는 “둥글게 둥글게”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헤이리 작가가 이웃 예술인을 초청하여 함께 전시하는 콘셉트로 총 48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올해 헤이리 예술축제에서 달라진 부분은 또 있다. 카페, 레스토랑, 소매점 등 총 12곳에서 자체 할인 행사로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판 페스티벌이 예술축제를 지향하다 보니 상업공간의 축제 참여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에는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할인 행사로 축제에 힘을 보태주는 공간이 많아 그야말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온 마을이 완성도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렇듯 1부와 2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할인 행사로 축제에 힘을 보탠 헤이리 공간을 다 세어보니 총 56곳에 달한다. 작가와 연주자의 수를 더하면 100 단위를 훌쩍 넘어간다. 한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라고 하기에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동시에 열려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칠 판이다.
축제의 역사만 24년, ‘판’이라는 이름으로 18년. 마을의 역사보다 축제의 역사가 더 긴 어떤 마을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예술축제의 저력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를 품는 도전정신으로, 이웃을 포용하고 함께 판을 벌이는 개방성으로, 더 많은 예술인과 공간이 참여하며 알차게 채우는 확장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내년에 또 한 번의 ‘판’을 벌일 것이다. 과연 어떤 ‘판’으로 또 한 번의 진보한 축제를 완성할지 벌써 기대된다.
9호(2022년 9월) : 2022 헤이리 판 아트 페스티벌 - 둥글게 둥글게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헤이리, 제대로 판을 벌이다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성대한 예술의 판을 벌였다.
오랫동안 매년 벌인 판이었지만 지난 2년간 조용히 디지털에 흔적을 남기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한을 달래려는 듯 올해 아주 제대로 시끌벅적한 판을 열어 마을을 예술로 물들였다.
헤이리예술마을에서는 매년 예술축제가 열린다. 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2003년보다 더 오래 전, 예술마을을 만들려고 모인 예술인이 1999년부터 헤이리의 이름을 걸고 축제를 열었다. 이후 연례행사로 열린 축제는 2005년 “헤이리 판, 판, 판”을 지나 2006년부터 “판”을 고유 브랜드로 확립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판 페스티벌은 매년 가을 약 열흘(두 번의 주말)의 기간을 두고 헤이리 예술인과 예술공간이 주축이 되어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와 공연 및 참여 행사를 연다. 올해에는 “둥글게 둥글게”라는 타이틀 아래 오랜 팬데믹 중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이웃과의 연대와 화합, 평화, 친환경 등의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판’이 열렸다.
그리고 올해 판 페스티벌은 예년과 달리 1부(9월 1일 ~ 9월 15일)와 2부(9월 24일 ~ 10월 2일)로 나누어 시차를 두고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을 펼치며 제대로 판을 벌였다.
1부 축제는 서울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KIAF) 기간에 맞춘 일종의 위성행사였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신진작가 30여명의 작품을 내세운 헤이리 ACA 아트페어를 열고, 한중작가 초대전, 드로잉쇼, 미디어아트전, 박수근 디지털판화전 등 여러 전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였다. 특히 영화촬영소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디어아트전은 그동안 헤이리예술마을에서 보기 어려운 행사로 화제를 일으키며 새로운 미술 관람 체험을 가능케 하였다. 그런가 하면, 북하우스에서는 출판인 김언호의 세계 책방 사진전이 열렸고, 그 외 10곳 이상의 크고 작은 전시공간을 “온 마을이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묶어 소개하였다. 특히 마을의 출발이나 마찬가지인 북하우스, 마을에서 가장 최근에 들어와 새로운 에너지를 주입하는 이랜드갤러리 헤이리가 연합하여 축제를 열었다는 점이 헤이리마을의 신구 조화를 상징하는 듯하여 뜻깊게 느껴졌다.
2부 축제는 우리가 봐 왔던 헤이리 예술축제의 구성으로, 헤이리 예술인과 예술공간이 저마다의 콘텐츠로 문화예술을 드러내고, 상업공간에서도 팝업 전시로 힘을 보태는 ‘마을 축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헤이리 회원인 방송인 황인용의 사회로 시작한 2부 축제 개막식은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의 25번째 정기연주회로 절정을 이루었고, 약 300명의 관중이 음악을 감상하며 가을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이후 축제 기간 중 주말마다 대중음악, 클래식, 퓨전국악, 재즈, 논버벌 퍼포먼스와 남사당패 공연까지 장르를 초월하는 다채로운 공연이 갈대광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그런가 하면 하늘공원에서는 어린이와 가족이 공원에 돗자리 깔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콘셉트로 “돗자리 버스킹”을 열었고, 친환경 로컬푸드 마켓을 표방하는 “햇빛장”도 성황리에 열려 재미를 주었다.
박물관, 갤러리, 작가공방 헤이리의 문화예술공간 29곳이 각자의 콘텐츠를 개방하여 방문객의 관람 또는 체험을 돕는 “헤이리 콘텐츠 오픈”,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상업공간 13곳이 우연히 작품 전시를 마주하게 하는 팝업전시회 “어디서나그리미다”를 열었고, 친환경 주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업사이클 득템전”이 스튜디오 2곳에서 열렸다. 특히 “업사이클 득템전”은 일회용컵으로 만든 화분, 다 읽은 책으로 만든 전등갓을 만들며 소소한 재미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2부 축제의 하이라이트라면 단연 논밭갤러리에서 열린 “헤이리와 이웃작가전”을 꼽을 수 있겠다. 헤이리예술마을에 수많은 예술인이 모여있다는데 정작 그들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지 한 곳에서 확인할 기회는 드물다. 매년 축제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회화, 조소, 공예, 서예, 사진 등 장르를 초월하는 헤이리 예술인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체전인데, 올해에는 “둥글게 둥글게”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헤이리 작가가 이웃 예술인을 초청하여 함께 전시하는 콘셉트로 총 48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올해 헤이리 예술축제에서 달라진 부분은 또 있다. 카페, 레스토랑, 소매점 등 총 12곳에서 자체 할인 행사로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판 페스티벌이 예술축제를 지향하다 보니 상업공간의 축제 참여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에는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할인 행사로 축제에 힘을 보태주는 공간이 많아 그야말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온 마을이 완성도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렇듯 1부와 2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할인 행사로 축제에 힘을 보탠 헤이리 공간을 다 세어보니 총 56곳에 달한다. 작가와 연주자의 수를 더하면 100 단위를 훌쩍 넘어간다. 한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라고 하기에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동시에 열려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칠 판이다.
축제의 역사만 24년, ‘판’이라는 이름으로 18년. 마을의 역사보다 축제의 역사가 더 긴 어떤 마을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예술축제의 저력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를 품는 도전정신으로, 이웃을 포용하고 함께 판을 벌이는 개방성으로, 더 많은 예술인과 공간이 참여하며 알차게 채우는 확장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내년에 또 한 번의 ‘판’을 벌일 것이다. 과연 어떤 ‘판’으로 또 한 번의 진보한 축제를 완성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