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헤이리뷰는 "헤이리의 리뷰"라는 뜻으로 매달 헤이리예술마을의 행사나 공간 등을 1~2곳씩 여행작가의 리뷰로 소개해드리는 코너입니다.

[8호] 두 개의 바다를 보다 (2022.08.)

헤이리예술마을
2022-08-28

8호(2022년 8월) : 제주기록 두번째 기록 + 바다 미지로의 탐험 | 갤러리이레 + 헤이리스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두 개의 바다를 보다

여름이다. 휴가를 떠나야 한다. 해외여행이 아직은 부자연스러운 지금, 많은 이들이 국내 휴양지로 떠난다.

어림잡아 일천만 단위의 시민이 전국 곳곳의 바다를 찾아 꽉 막힌 고속도로나 비싼 비행기를 이용할 시기,

어디도 가지 못하는 불쌍한 작가는 예술마을에서 두 개의 바다를 보는 것으로 기분을 풀었다.


제주도에 가기 어려운 글쓴이에게 제주도가 찾아왔다. 제주도에서 생활하거나 활동하는 7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시선과 방식으로 담아낸 ‘기록물’을 헤이리예술마을에 보내 왔다.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제주기록> 전시가 갤러리이레에서 진행 중이다.

 

제주도를 기록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도 여전히 온 섬이 포화 상태로 붐비는 제주도에서,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서 “남들이 모르는 것”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또는 그 “남들로 인해 생기는 것”에 대해 작가적 관점에서 남겨둔 결과물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작품’이라는 말 대신 ‘기록’이라는 말을 썼을 터.

 

전시 작가 7명의 프로필을 보자. 제주의 풍경을 그림책으로 그린 박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는 송현주, 관광객이 남긴 쓰레기에 작품을 만드는 아틱, 어반스케치 작가로 삶의 풍경을 그리는 이상진, 제주에 매료되어 제주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는 이진아, 제

주를 글과 그림으로 소개하는 이현미, 오랫동안 제주를 그리고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는 혼자걷다 등 모두 제주와의 남다른 인연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저마다의 시선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남긴 <제주기록>은 가장 ‘로컬라이징’한 시선으로 제주의 풍경을 만나는 또 다른 여행이다.

 

연습장을 찢어 그린, 문자 그대로 일상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듯한 작품도 보인다. 크고 작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제주를 만나고, 제주의 이면을 본다. 소품전 같은 가벼운 분위기로 친숙하게 제주를 만나되 그 속에서 제주의 깊이를 발견한다. <제주기록> 두 번째 이야기는 9월 11일까지 갤러리이레에서 열린다. 무료 관람.


바다를 보았으니 이제 바다 속으로 들어가볼까? ‘프랑스 스타일 교육’이라 적힌 의미심장한 현수막 너머 헤이리스 갤러리에 들어가면 <바다, 미지로의 탐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특별전이 한국에 찾아왔고, 서울 상상톡톡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헤이리예술마을로 자리를 옮겨 2차 전시를 내년 여름까지 진행한다.

 

<바다, 미지로의 탐험>은, 선입견과 달리 해저 생물을 보여주는 아쿠아리움 같은 전시가 아니다. 물론 심해 생물 15종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조연에 불과하다. 이 전시는 관람객이 지구의 모습과 기후를 알고, 지금 지구가 어떻게 위협받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토리텔링에 따라 구성된 동선에 따라 차례대로 만나며 학습지의 문제를 풀고 어플리케이션으로 복습하는 꽤나 체계적인 교육 목적의 전시이다. 물론 그 주요 타겟은 초등학생 연령대의 어린이가 분명하고, 중간에 미디어아트, 영상, 옛 신화와 전설 등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도 있고, 헤이리예술마을과도 잘 어울리는 색칠 체험존도 준비되어 있어 1시간 안팎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잠수함을 직접 조종하는 형식의 시뮬레이션은 마치 게임하는 듯한 재미를 주고,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메시지를 직접 학습하는 멀티미디어 존이 곳곳에 있어 요즘 세대 눈높이에 맞춘 학습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가기 전 학습지의 퀴즈를 잘 풀어서 제출하면 간단한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물론 높은 확률로 학부모가 문제를 풀어야 하겠지만.

 

이번 2차 전시는 서울에서의 1차 전시를 보완하여 밀도를 높였다고 한다. 덕분에 넓지 않은 전시장이지만 섹션별로 몰입도 높은 구성을 갖추었고, 곳곳에 배치된 도슨트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이해를 돕는다.


간혹 어린이용 콘텐츠를 관람할 때, 아이는 즐겁지만 부모는 유치하거나 지루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다, 미지로의 탐험>은 분명 어린이의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이다. 자연사박물관 관람하는 기분으로 성인이 방문하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동반하여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흥미로운 학습의 장에 집중할 만큼 탄탄한 콘텐츠가 갖추어져 있음은 물론, ‘의무적으로’ 따라다녀야 할 부모도 지루하지 않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갤러리에서 그림 구경으로 바다를 만나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교육 전시 관람을 더한다. 여행하는 기분, 공부하는 기분. 올여름의 막바지에 아직 바다를 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헤이리예술마을에서 바다를 구경하면 좋겠다. 별난 경험이 가능한 예술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