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헤이리뷰는 "헤이리의 리뷰"라는 뜻으로 매달 헤이리예술마을의 행사나 공간 등을 1~2곳씩 여행작가의 리뷰로 소개해드리는 코너입니다.

[7호] 그림 같은 풍경에서 그림 감상 (2022.07.)

헤이리예술마을
2022-07-31

7호(2022년 7월) : 아아! 동양화 : 열린 문 | 아트센터X카페 화이트블럭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그림 같은 풍경에서 그림 감상

“헤이리예술마을에서 그림 보러 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아요?”

미술관과 갤러리 등 ‘그림 걸린’ 수십 곳의 전시관이 있는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자신 있게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곳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다.


대한민국에서 미술관은 사실상 공익사업이다. 소수의 범세계적 미술관이 아니고서는 돈을 버는 게 기적에 가깝기 때문. 그러나 미술관에 어울리는 품격과 수준을 유지하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 헤이리마을 중심에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을 만든 지 11년, ‘인증 박물관’이기도 한 이곳은 품격과 수준을 지켜 온 꾸준한 운영과 관리로 어느새 국내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미술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 들어서면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시야가 넓어진다. 헤이리마을의 중앙 쉼터인 갈대광장과 연못이 바로 보이고, 울창한 나뭇가지가 만드는 그림자가 살랑거린다. 풍미가 좋은 커피와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만으로도 헤이리마을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어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커피 마시러 들어온 사람들은 탁 트인 전망 속에 이리저리 둘러보다 내부까지 시선이 닿으면 거기에 걸린 그림이나 전시 타이틀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작품 감상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카페 손님은 미술관 입장이 무료. 지그재그로 특이하게 설치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 자연스럽게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 1층부터 3층까지 총 6개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각각의 전시실은 마치 미로처럼 꼬리를 물고 연결되며, 그 사이에도 미술관 바깥의 탁 트인 전망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가벼운 팁 하나. 굳이 그림 감상에 뜻이 없어도 일단 2층으로 올라가시라.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시라. 독특한 건축물 내부의 구조와 바깥의 풍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그림 같은 포토존을 만들고 있으니까.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전시는 상설전 대신 약 1~3개월 간격으로 교체되는 기획전 형태를 띤다. 다시 말해서, 1년에 몇 번씩 방문해도 새로운 작품을 관람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 공간이 넉넉하여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전시 규모에 따라 1~3층의 6개 전시실을 모두 사용할 때도 있고 그 절반 정도 규모로 작품을 채울 때도 있다. 어쨌든 모든 전시는 2층이 메인이므로 꼭 한 층 위로 올라가 보시기를.

 

올해 전시 리스트를 보면, 연초에는 경기문화재단과 협력한 신진작가 단체전 <씨스테이트 비트윈>과 자체 육성 아지트 천안창작촌 7기 입주작가 단체전 <장소, 곳, 공간>을 진행하였고, 이어서 당림 이종무 화백의 ‘산 그림’만 모아 <산에서 산산이>를 진행하였으며, 지금은 야침찬 “동양화 4부작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순서로 <아아! 동양화 : 열린 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동양화 4부작 프로젝트”는 “동양화를 전공하였지만 다른 장르로 활동하는 작가”, “동양화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동양화를 그리는 작가”,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양화로 활동하는 작가” 등을 그룹별로 나누어 그 이질감과 동질감을 탐구함으로써 “동양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의미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는 정확히 10년 전에도 “한국성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여러 작가의 작품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았던 전력이 있다. 10년 만에 더 넓어진 스펙트럼으로 훌쩍 성장한 미술관의 저력을 증명한다.


전시 관람 후 카페에 앉았다. 바깥은 불볕더위이지만 내부는 쾌적하다. 통유리 밖으로 헤이리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이 들어온다. 바람결까지 느껴지는 시원한 풍경이다. 여기에 시원한 빙수까지 곁들이니 피서가 따로 없다.

 

작은 아트숍에서는 작가의 손길이 닿은 다양한 액세서리나 소품, 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당연히 비싸겠지, 하는 마음으로 구경해보니 의외로 저렴한 상품도 많다.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모를 조잡한 공산품이 슬금슬금 예술마을을 잠식하는 지금, 예술마을에 어울리는 ‘진짜’ 플리마켓이 여기에 있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매년 5~7회의 탄탄한 전시 라인업을 꾸리는데, 특히 신진작가를 위한 전시의 비중이 크다. 다음 세대 예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요람으로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미술관에서 그림 관람하는 재미를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아아! 동양화 : 열린 문>은 9월 25일까지 휴관일 없이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