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헤이리뷰는 "헤이리의 리뷰"라는 뜻으로 매달 헤이리예술마을의 행사나 공간 등을 1~2곳씩 여행작가의 리뷰로 소개해드리는 코너입니다.

[5호] 1층부터 3층까지 문화공장103 (2022.5.)

헤이리예술마을
2022-05-28

5호(2022년 5월) : 카페, 갤러리, 독립영화관이 한 곳에 | 커피공장103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1층부터 3층까지 문화공장103

커피공장이라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피향이 가득하고 다양한 베이커리도 보인다.

카페로구나, 하며 위층에 올라가니 난데없이 그림이 곳곳에 둥지를 틀고 전시회를 펼친다.

한 층 더 올라가니 영화관이 나온다. 커피부터 그림을 지나 영화까지 생산하는 문화공장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헤이리예술마을의 모든 건축물은 3층 이하만 허용된다. 즉, 최고층 건물이 3층이며, 일부 주택을 제외하면 대개 모든 건물이 3층 높이로 지어져 있다. 그리고 각 건물은 최소 60%의 문화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 비문화시설은 40% 이하만 허용된다는 뜻. 3층 건물의 40% 이하라면 카페나 레스토랑 등 대부분 비문화시설은 1개층에 허용됨을 의미한다. 헤이리마을에 카페가 많다고들 하지만, 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페보다 많은 문화시설이 “의무적으로” 마을을 채워야 하는 것이니 세상에 이런 마을이 있을까 싶다.

 

사람들을 1층의 비문화시설로 친근하게 유인한 뒤 2,3층의 문화시설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이곳, 카페인지 미술관인지 문화센터인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지만 하여튼 문화와 예술이 365일 채워지는 여기는 커피공장103이다. 헤이리마을에 카페가 많다고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니 예술마을 본연의 성격을 잃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좋은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커피공장103의 출발은 단칸방이라 불러도 좋을 작은 로스팅카페였다. 커피 맛으로 유명해져서 단칸방 맞은편에 건물을 짓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작품 활동에 슬럼프를 느낀 예술인이 해외를 오가며 로스팅을 배워 아담한 카페를 열었고, 금세 유명해진 카페는 바로 맞은편에 건물을 짓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헤이리 밖으로 진출해 이제는 서울에도 지점이 있는 유명 카페로 성장하였다. 한 편의 성장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그래서일까, 태생부터 예술과 분리될 수 없는 커피공장103은 지금도 2층 갤러리와 3층 영화관이 자연스레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뽐낸다. 말하자면, 커피를 매개로 1층부터 3층까지 문화를 생산하는 공장인 셈이다.


2층 갤러리103. 카페의 일부이지만 갤러리의 기능을 수행한다. 월 1~2회 교체되는 기획 전시가 항상 카페 테이블 사이를 알차게 채운다.

 

3층 헤이리시네마. 헤이리예술마을에 딱 하나뿐인 영화관이다. 독립영화 위주로 알찬 프로그램이 종일 상영되며, 종종 GV(Guest Visit; 영화 관계자가 영화를 설명하고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 행사를 열어 영화 마니아라면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만든다.

 

그리고 1층부터 3층까지 뻥 뚫린 구조로 사실상 카페, 갤러리, 영화관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방문객은 커피나 베이커리를 주문해(헤이리마을 내에서 가격이 착한 편이고 맛은 좋은 편이다!) 갤러리에서 또는 영화관 앞 대기 공간에서, 탁 트인 전경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림이나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간 사람에게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 커피 한 잔 하며 수다 떨러 찾아간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전시 관람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성격이 한 공간에서 경계를 이루지 않고 펼쳐지는 커피공장103에 헤이리예술마을의 캐릭터가 진하게 새겨져 있다.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장르가 경계를 이루지 않고 자연스럽게 융합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헤이리예술마을의 장점이다. 혹자는 헤이리마을에 카페가 많다고 ‘카페촌’이라 부르며 비하 아닌 비하의 시선을 가지지만, 이처럼 헤이리마을의 카페는 독창적인 문화시설의 연장이라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커피공장103에서 보여주는 카페 문화야말로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즐겨야 할 질리지 않는 경험이 분명하다.

 

TMI 하나. 103이라는 숫자에 담긴 의미가 뭘까? 커피공장103이 처음 탄생한 단칸방 같은 아담한 카페 주소가 ‘작가동 103호’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TMI 두울. 헤이리에 단 하나뿐인 영화관이 여기에 자리 잡은 이유가 뭘까? 커피공장103의 창립자 김민숙 화가의 아들이자 독립영화 제작자 장현상 감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장현상 감독은 헤이리마을을 배경으로 좀비 영화 <좀비 크러쉬 : 헤이리>를 찍었다. 물론 영화에 커피공장103이 등장한다.

 

※본 리뷰에 사용된 사진은 2021년 2월과 2022년 2월의 카페 사진, 2021년 10월과 2022년 5월의 갤러리 사진, 2022년 4월의 영화관 사진이 섞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