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2022년 2월) : 탄소중립 뮤지컬 쏠라맨과 펑펑마녀 | 에너지월드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2호 원고를 받기 위해 작가님에게 연락했더니 "취재하려고 예약은 했는데 공연이 3월부터예요"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원고료도 못 주는 입장에 "그거 3호에 내시고 2호는 다른 거 주세요"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3월에 나오는 2월호, 거기에는 이런 사소한 어른들의 사정이 숨어있으니 우리에겐 흐린 눈이 필요합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이거 잘 되겠는 걸
특촬물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입은 히어로가 “태양, 바람, 물의 힘을 모아 쏠라 파워!!”라고 외친다.
그냥 아이들 재미있으라고 만든 유치한 공연일까? 만약 그 정도라면 굳이 ‘예술마을’에 터를 잡지는 않았을 터.
일곱 살바기 딸아이와 가족 뮤지컬 <쏠라맨과 펑펑마녀> 공연장을 찾았다.
서론에 어마어마한 힌트가 담겨있는데 독자 여러분이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태양, 바람, 물의 힘!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신재생에너지다. 태양, 바람, 물은 에너지를 만드는 원천. <쏠라맨과 펑펑마녀>는 ‘탄소중립 가족 뮤지컬’을 표방한다. 어느 정치인 덕분에 RE100이 화제가 되고 전국민이 탄소중립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지만 어린이 뮤지컬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다니, 대체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바로, 한국에너지공단이다. 2020년 <쏠라맨과 펑펑마녀>를 처음 공개한 뒤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 2021년 하반기 헤이리예술마을에 전용 공연장 에너지월드를 열었으며, 코로나19라는 변수와의 싸움 끝에 2022년 3월 1일부터 공연을 오픈한 것이다.
에너지월드는 헤이리예술마을 중심부인 갈대광장 바로 옆에 있다. 헤이리에 들러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았을 이탈리아 국기 색으로 외벽을 칠한 건물(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 지하에 있다. 여기에는 꽤 오래전부터 소극장이 하나 있었지만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거의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 비워진 공간이 에너지월드 개관으로 모처럼 활기를 띠게 되었다. 건물 안과 밖을 장식하는 뮤지컬 캐릭터 그림을 따라 내려가면 여느 뮤지컬 공연장이 그러하듯 큰 포토존이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고, 가득 앉으면 100여 명, 요즘 시국에는 많으면 50명 정도 들어갈 법한 아담한 객석은 뒤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도록 세팅하였다. 네 명의 배우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연하는 무대는 적당히 널찍하며, 혹시 흥을 이기지 못해 함께 뜀박질할 아이까지 넉넉히 포용할 만큼 공간의 여백이 충분해 관람 환경은 부족함 없으나 좌석이 딱딱하니 아이들을 위한 방석을 비치해주는 센스를 발휘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에너지를 펑펑 낭비하게 만들어 지구를 죽음의 별로 만들려고 하는 악당 펑펑마녀에 맞서 에너지박사의 조력을 받는 히어로 쏠라맨이 지구를 구한다. 북극곰 포키와 펭귄 쎄쎄는 에너지수비대로 쏠라맨을 돕는다. 네 명의 배우가 조금의 틈도 없이 창작곡과 수다로 극을 채우는 사이 무대 뒤 스크린에 펼쳐지는 그래픽이 뜬금없이 극에 개입하며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물론 전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며 춤을 추지만 어른이 보기에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짜임새를 갖추었고, 유튜브에 친숙한 요즘 시대의 감성을 적절히 수용하는 데다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B급 유머 코드까지 등장해 어른도 유쾌하게 웃을 만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메시지를 교훈적으로 설명하는 캠페인 성격의 공연은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지침이 간간이 등장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의 존재감은 없고, 그 편이 더 인상적이다. 가르치려는 시선이 아닌, 함께 놀다가 가볍게 툭 던지는 몇 마디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
당초 에너지월드는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의 이해를 돕는 어린이 체험존까지 함께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알고 있다. 여전히 기승을 떨치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아직은 공연장 외의 다른 부대시설이나 체험존은 발견하기 어려웠으나 앞으로 채워질 것이라 기대할만한 포텐셜이 보인다.
이제 막 오픈한 공연이건만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옵니다”라며 야심찬 예고로 끝을 맺는 패기.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공연장을 나오며 딸아이에게 물었다.
“재미있었어?”
“응.”
“또 오고 싶어?”
“좋아.”
조심스레 예견한다. 이거 잘 되겠는 걸.
2호(2022년 2월) : 탄소중립 뮤지컬 쏠라맨과 펑펑마녀 | 에너지월드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2호 원고를 받기 위해 작가님에게 연락했더니 "취재하려고 예약은 했는데 공연이 3월부터예요"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원고료도 못 주는 입장에 "그거 3호에 내시고 2호는 다른 거 주세요"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3월에 나오는 2월호, 거기에는 이런 사소한 어른들의 사정이 숨어있으니 우리에겐 흐린 눈이 필요합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이거 잘 되겠는 걸
특촬물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입은 히어로가 “태양, 바람, 물의 힘을 모아 쏠라 파워!!”라고 외친다.
그냥 아이들 재미있으라고 만든 유치한 공연일까? 만약 그 정도라면 굳이 ‘예술마을’에 터를 잡지는 않았을 터.
일곱 살바기 딸아이와 가족 뮤지컬 <쏠라맨과 펑펑마녀> 공연장을 찾았다.
서론에 어마어마한 힌트가 담겨있는데 독자 여러분이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태양, 바람, 물의 힘!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신재생에너지다. 태양, 바람, 물은 에너지를 만드는 원천. <쏠라맨과 펑펑마녀>는 ‘탄소중립 가족 뮤지컬’을 표방한다. 어느 정치인 덕분에 RE100이 화제가 되고 전국민이 탄소중립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지만 어린이 뮤지컬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다니, 대체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바로, 한국에너지공단이다. 2020년 <쏠라맨과 펑펑마녀>를 처음 공개한 뒤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 2021년 하반기 헤이리예술마을에 전용 공연장 에너지월드를 열었으며, 코로나19라는 변수와의 싸움 끝에 2022년 3월 1일부터 공연을 오픈한 것이다.
에너지월드는 헤이리예술마을 중심부인 갈대광장 바로 옆에 있다. 헤이리에 들러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았을 이탈리아 국기 색으로 외벽을 칠한 건물(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 지하에 있다. 여기에는 꽤 오래전부터 소극장이 하나 있었지만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거의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 비워진 공간이 에너지월드 개관으로 모처럼 활기를 띠게 되었다. 건물 안과 밖을 장식하는 뮤지컬 캐릭터 그림을 따라 내려가면 여느 뮤지컬 공연장이 그러하듯 큰 포토존이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고, 가득 앉으면 100여 명, 요즘 시국에는 많으면 50명 정도 들어갈 법한 아담한 객석은 뒤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도록 세팅하였다. 네 명의 배우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연하는 무대는 적당히 널찍하며, 혹시 흥을 이기지 못해 함께 뜀박질할 아이까지 넉넉히 포용할 만큼 공간의 여백이 충분해 관람 환경은 부족함 없으나 좌석이 딱딱하니 아이들을 위한 방석을 비치해주는 센스를 발휘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에너지를 펑펑 낭비하게 만들어 지구를 죽음의 별로 만들려고 하는 악당 펑펑마녀에 맞서 에너지박사의 조력을 받는 히어로 쏠라맨이 지구를 구한다. 북극곰 포키와 펭귄 쎄쎄는 에너지수비대로 쏠라맨을 돕는다. 네 명의 배우가 조금의 틈도 없이 창작곡과 수다로 극을 채우는 사이 무대 뒤 스크린에 펼쳐지는 그래픽이 뜬금없이 극에 개입하며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물론 전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며 춤을 추지만 어른이 보기에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짜임새를 갖추었고, 유튜브에 친숙한 요즘 시대의 감성을 적절히 수용하는 데다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B급 유머 코드까지 등장해 어른도 유쾌하게 웃을 만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메시지를 교훈적으로 설명하는 캠페인 성격의 공연은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지침이 간간이 등장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의 존재감은 없고, 그 편이 더 인상적이다. 가르치려는 시선이 아닌, 함께 놀다가 가볍게 툭 던지는 몇 마디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
당초 에너지월드는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의 이해를 돕는 어린이 체험존까지 함께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알고 있다. 여전히 기승을 떨치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아직은 공연장 외의 다른 부대시설이나 체험존은 발견하기 어려웠으나 앞으로 채워질 것이라 기대할만한 포텐셜이 보인다.
이제 막 오픈한 공연이건만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옵니다”라며 야심찬 예고로 끝을 맺는 패기.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공연장을 나오며 딸아이에게 물었다.
“재미있었어?”
“응.”
“또 오고 싶어?”
“좋아.”
조심스레 예견한다. 이거 잘 되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