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헤이리뷰는 "헤이리의 리뷰"라는 뜻으로 매달 헤이리예술마을의 행사나 공간 등을 1~2곳씩 여행작가의 리뷰로 소개해드리는 코너입니다.

[6호] 예술마을에 예술로 스며들다 (2022.6.)

헤이리예술마을
2022-06-26

6호(2022년 6월) : 영화 촬영소가 갤러리로 변신 |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월간 헤이리뷰는 매달 1~2곳의 헤이리 콘텐츠를 리뷰로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여행작가의 취재 및 원고로 제작되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글,사진 : 유상현 (헤이리에 사는 여행작가. <프렌즈 독일> <지금 비엔나> <루터의 길> 등 8권의 유럽여행 서적을 출간하였다.)




예술마을에 예술로 스며들다

100평 더하기 300평. 총 400평 규모를 오롯이 그림으로 채웠다.

규모로 따지면 가히 헤이리예술마을에서 가장 큰 갤러리의 탄생.

여러모로 헤이리마을의 20년과 다른 결에서 스며들기 시작한 새로운 멤버를 소개한다.


헤이리예술마을은 별날 정도로 남다른 구석이 곳곳에 존재한다. 대한민국 어느 골목을 가든 눈에 띄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거부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정도까지 획일적인 문화를 지양하는 마을의 정체성은, 여러모로 대기업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 헤이리예술마을에 20년만에 대기업의 이름을 건 공간이 출범하였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유통기업과 갤러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이랜드그룹은 이미 서울을 비롯한 여러 곳에 전시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10년을 상회하는 오랜 기간 한국과 중국의 신진작가를 지원하고 육성했는데, 그 수혜자는 어림잡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시 시설과 작가 풀을 이미 충실히 갖춘 그들이 헤이리예술마을에 대형 갤러리를 만들어 어떤 결실을 보고자 함일까? 이랜드갤러리 헤이리는 그 출발부터 매우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이슈임이 분명하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가 위치한 건물은 유서 깊은 영화촬영소 아트서비스이다. 2003년 강우석 감독(오랫동안 헤이리 회원이었다)의 시네마서비스에서 만든 아트서비스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촬영소였다. 여기서 박찬욱 감독(여전히 헤이리 회원이다)의 <올드보이> 등 숱한 명작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영화와 넷플릭스 등 다양한 작품이 촬영 중이다.

 

이랜드에서는 영화 촬영 스튜디오 외의 사실상 방치되어 있던 폐허 같은 유휴공간을 갤러리로 재단장했다. 예술로 다시 살아난 영화촬영소, 매력적인 스토리와 압도적인 규모를 갖춘 이랜드갤러리 헤이리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5월에 프리오픈한 A관은 특정 작가 개인의 작품세계에 집중하는 100평 규모의 전시관이다. 이랜드 공모전 출신 팝아티스트 지히(JIHI)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은 이랜드에서 지원한 중국 작가 꾸즈(Guzi)의 현대공필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랜드의 지원을 받은 젊은 작가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에 집중하는 만큼 신선한 예술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6월에 정식 오픈한 B관은 촬영소 스튜디오 지하에 있다. 그 구조를 미루어 짐작하건대 촬영소 지하창고 내지는 하역장으로 사용되었던 곳 같다. 짐을 실은 트럭이 오르내렸을 램프를 따라 내려가면 느닷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전시장에 수백 점의 그림이 걸려있다.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황폐하고 음습한 300평 넓은 지하에 예술의 씨앗을 심고, 꽃을 피웠다. 극적인 변신이자 재생이다.

 

B관에서는 이랜드 장학금을 받은 중국 작가 100인의 작품이 전시된 단체전이 한창 열리고 있다. 우리 식으로 비유하면 ○○미대 △△미대 □□미대 식으로 코너를 구분해 각각의 아카데미(중국 5대 미술학교라고 한다) 소개와 함께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며, 작가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이 계속 상영된다. 또한, 소장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재기발랄한 아트숍과 약간의 카페 공간으로 알차게 구성하였다. 바닥과 천장에는 여전히 폐허의 기운이 남아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깔끔하게 걸린 다채로운 예술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필자는 헤이리마을에 오래 거주했지만, 솔직히 이야기하건대 영화촬영소 주변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늘 흉흉하고 지저분하며, 무엇보다 굳이 지나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갤러리가 생겼다. 굳이 찾아갈 일이 생겼다. 과장을 조금 보태 이야기하면, 주변의 공기가 변했다. 도시재생의 미덕이 이런 것이구나, 헤이리예술마을에 처음으로 극적인 사례를 아로새겼다.

 

별난 마을에 발을 들인 대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기업을 받아들인 별난 마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의 1개월 뒤, 1분기 뒤, 1년 뒤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다행히도 별난 마을에 들어온 대기업은 첫 한 달간 마을의 오랜 철학을 존중하며 시나브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것은 ‘예술’이라는 키워드가 일치하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대기업과 마을이 함께 그려갈 예술적인 미래, 또 다른 ‘재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