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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카메라타 올해의 전시_듀얼 썬 DUAL SUN

뉴스봇
2023-06-20
조회수 389

두 개의 태양 사이


듀얼 썬Dual Sun: 배희경Hee Bae + 리테시 아즈메리Ritesh Ajmeri 2인전                                                                        


배희경과 리테시 아즈메리는 지난 12년간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디아스포라의 삶과 예술 작업을 이어 왔다. 두 가족의 가치관과 관습 차이, 사회적 정치적 가치의 차이, 기후와 같은 자연 환경의 차이를 각자의 예술 작업에서 다루는 과정은 제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이해하는 방법이 되었다. <듀얼 썬>은 단일한 주제로 예술 작업을 묶어내는 전시가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두 예술가가 예술 창작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전시다. 전시의 제목은 두 작가의 최근 작업 주제인 ‘해를 삼킨Swallowing the Sun’과 ‘듀얼 썬샤인Dual Sunshine’에서 한 단어씩 가져왔다.


리테시 아즈메리의 조각 작업은 인도에서 신상 조각을 제작하는 가족 사업을 출발점으로 한다. 고대 그리스의 남성 조각상의 형식을 차용한 인도의 남성 신상 조각에는 그 제작에서 설치까지 무수히 많은 제약과 규범들이 있다. 아즈메리는 자신의 신체를 실제 크기대로 조각상을 만들어 3가지 버전의 작업 <메리골드>, <Black on Black>과 <Hemo>를 제작하여, 그 사회적 규칙들을 해체하고, 현대 조각의 간극을 좁히는 방식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금잔화Marigold로 만든 화환을 목에 걸지 않은 조각상은 완성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 설치할 수 없다. 아즈메리의 조각 작업 <메리골드>에서 땅을 안정되게 딛고 하늘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날씬한 젊은 남성의 조각은 금빛 꽃으로 뒤덮여 있다. 조각 작업의 일부로서 금잔화 화환을 만들어 목에 두르고 있다. <Black on Black>은 말레비치의 1915년 작업 <검은 사각형 Black Square>에 대한 오마주이다, 흰 사각형 캔버스에 검은 정방형을 그린 말레비치의 유명한 회화 작업을, 조각 작업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실험한다. 검은 레이어 위에 검은 레이어를 쌓듯이, 검은 막대기 위에 검은 남성 조각상은 등을 대고 붙어 있다. <녹슨 피부Rusted Skin>은 자신의 피부 조직을 녹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피부 조직을 사진 촬영하여 캔버스에 투사한 후, 그 흔적을 녹으로 가시화시켰다. 아즈메리는 금속이 산화하여 부식한 물질인 녹은 대상을 해체하기에 중성적 매체라고 말한다. 


‘해를 삼킨Swallowing the Sun’이라는 아즈메리의 작업 주제는 원숭이신 하누만Hanuman이 하늘을 날다가 빨갛고 예쁜 태양을 맛있는 망고라고 생각해 입에 넣었다는 인도 신화에서 비롯한다. 태양이 사라지자 세상이 어두워져 모든 신들이 하누만의 몸에서 태양을 꺼내고자 한다. 신들의 왕인 인드라가 벼락을 내려 하누만을 죽이고 태양을 꺼냈고, 하누만의 영적 아버지 바유가 하누만을 소생시켰다. 신화는 인간이 자연을 인지하는 방식을 표현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이로 인해 다수의 다른 사람이 입는 피해를 말한다. 아즈메리는 인도의 신화를 예술가의 정교한 노동을 통해 현대 조각으로 구현하는 행위가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제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만드는 신상 조각과 제 작업실에서 만드는 현대 예술 조각과의 차이에 대해 질문한다. 


배희경은 제 회화에서 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면을 표현하는 방식이, 초등학교 입학 전 한의사였던 할아버지에게 서예 수업을 받았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전통 회화에서 그림과 글은 큰 차이를 갖지 않으며 서로 융합해 일체가 되는데 이러한 점이 인도의 전통 종교화에서도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서양 회화에서 점, 선, 면을 구분하는 방식과는 달리, 동양 회화에서는 선적 요소가 면적 요소와 혼용되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의 눈 덮인 산의 풍경을 담은 <설산>과 인도의 보리수 나무를 담은 <반얀>은 선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두 가지 계절을 그린 것이다. 4계절이 분명한 한국의 기후와 늘 여름인 인도의 기후를 교차하며 살아가는 삶은 작업에 새로운 동기가 되었다. 배희경은 제 디아스포라적 삶을 ‘이중적 생활’이라 말하며, 이를 회화 작업으로 구현한다. 


1947년 가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은 영국으로부터 새롭게 독립한 인도의 당시 상황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간디Mahatma Gandhi의 활동을 촬영하는 것을 허가 받은 그는 간디가 암살되기 한 시간 전의 모습과 암살 이후의 상황들, 장례식, 간디의 시체를 둘러싼 추모자의 모습 같은 인도의 당시 상황을 솔직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사진으로 남긴다. 배희경의 <멀리, 가까이>는 브레송이 카슈미르 분쟁 지역의 파키스탄 난민 캠프를 촬영한 사진에서 비롯한 회화 작품이다. 터번을 쓴 이슬람계 남성들은 두 손을 하늘 위로 들거나 발로 땅을 구르며 춤을 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급 훈련을 받는 상황을 촬영한 것이다. 배희경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는 역사적 장면을 기록한 브레송의 사진을 기반으로, 이주와 이동, 디아스포라를 회화 작업으로 그린다. 전시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에 기반해, 컬러와 흑백의 두 버전으로 그린 다른 회화 작품을 계절이 바뀜에 따라 전시에서 작업을 교체할 계획이다. 


‘두 개의 햇살Dual Sunshine’이라는 작가의 주제는 2010년 이후 또 다른 보금자리가 된 인도와 나의 한국에 동시에 존재하는 두 계절을 가리킨다. 마치 마주하는 두 기차가 서로 지나가면서 교차되고 사라지는 풍경처럼, 한국의 봄은 인도의 뜨거운 여름이고, 한국의 여름은 인도의 몬순이며, 한국의 가을은 인도의 겨울이라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두 개의 햇살과 더불어 공기 안의 공기, 빛 안의 빛, 비 속의 비를 그리고 있다.


글: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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