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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권의 '하드보일드'주례사
2013/06/30 17:12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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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권의 '하드보일드'주례사

"너희들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살아라!"


어제(6월 29일) 여러 지인들을 모티프원에서 만나는 자리에 김학권감독님께서도 함께했습니다. 30년 가까이 KBS의 미술감독으로 일했고 최근에 은퇴했지만 회사에 봉직했던 때의 직함에 따른 호칭인 ‘김감독’이라는 호칭을 모두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감독님께서 흔하게 하게하는 말이 '대사는 짧게'입니다.

세트의 구성은 드라마의 흐름을 사실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시대에 따른 고증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감정분석이 연출자나 연기자만큼이나 정확해야합니다.

'대사는 짧게'라는 말은 수많은 대본을 분석하면서 평생 수많은 드라마의 세트를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김감독님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듯싶습니다.

또한 감독님의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게 이루어진듯합니다.

작고하신 김감독님 아버님께서도 일절 수식이 배제된 미니멀한 어법을 구사한 분이었답니다.

김학권 | 아버지! 저 대학에 합격했어요.

아버지 | 그래, 네가 알아서해라.

***

김학권 | 아버지! 저 KBS에 입사했어요.

아버지 | 그래, 네가 알아서해라.

***

김학권 | 아버지! 암이래요. 곧 돌아가셔서 어머니를 만날 것 같으니 좋으시겠어요?

아버지 | 내가 알아서 하마.

김학권 | 제사는 잘 지낼게요.

아버지 | 네가 알아서해라.

건조하고 냉정한 하드보일드(hard-boiled)어법은 어차피 자신의 모든 감정을 어떠한 장황한 수식으로도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훨씬 세련되고 효율성이 높은 어법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럴 일이 절대 없겠지만 제가 주례를 맡는다면 주례사로 단 한마디만 하겠어요."

부부로서의 삶을 막 출발하려는 사람에게 단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그 조언이란 과연 무엇일까?

"너희들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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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otif_1.blog.me/30149166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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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문 밝은 달밤, 별의 노래를 듣다
2013/06/24 20:15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467 
 
논 위에 뜬 슈퍼문


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일한 아내가 일요일(6월 23일)에 둘째딸과 와서 저의 일을 감당해주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함께 헤이리 밖으로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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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금산리 농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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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양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만우리의 너른 들판에 오와 열을 맞추어 도열해 있는 벼들도 모두 휴식에 들어간 듯 고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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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만우리 들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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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 낚시를 드리웠던 낚시꾼들이 모두 떠난 만우천의 물고기들도 마침내 온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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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만우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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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헤이리 사람들이 손모를 냈던 논이 있는 축현리 들판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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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에 보내기를 했던 축현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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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들판을 돌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당을 나오자 오히려 들이 더 밝아져있었습니다.

멀리 들녘 끝 야산을 막 넘어온 둥근 달빛이 온 들에 가득 찬 탓이었습니다.

"오늘이 보름이구나!"

아내가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이토록 유독 휘영청 밝은 것은 탁 터인 들판 때문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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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현리 들판위에 솟은 슈퍼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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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로 돌아오니 그 달은 모티프원의 느티나무 끝에 와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오늘이 보름인지를 검색하다가 그 달이 일 년 중 가장 크고 밝다는 슈퍼문(Super moon)임을 알았습니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지구-달 평균거리보다 약 3만㎞가량 더 가까워진 것(이번 슈퍼문에서 거리는 약 35만7205㎞)이랍니다.

달이 지구 주변을 타원궤도로 돌며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주기인 1근접월은 약 27.56일이고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로 변하는 삭망월은 약 29.5일입니다. 보름달일 때 근지점이나 원지점인 위치로 오는 주기는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란 설명입니다.

농사는 별의 노래

작년 가을에 해남의 농부들이 모티프원에서 지내고 간 일이 있습니다. 해남농업기술센터에서 해남으로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을 모시고 경기일원으로 탐방을 나오신 경우였습니다.

그날 밤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농사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회지에서 사업가, 공무원, 예술가,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을 받쳤던 분들이 다시 고향으로 귀촌하여 땅을 일구면서 겪는 성공과 좌절이 뒤섞인 땀의 이야기들은 들어도 들어도 흥미진진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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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농부들과의 하룻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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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행 중에 '농업은 예술이다'를 주창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해남 고천암당끝농원'을 운영하시는 박종부·이경임 부부는 함께 귀농하여 고구마농사를 주로 하고 계셨습니다. 이경임선생님은 서울에서 미대를 졸업하고 작품활동을 해오신 분으로 예술가가 농사를 지으니 농사가 예술이 된 것이 아님을 남편분이 소상히 풀어 설명해주셨습니다.

"뉴스에 보니 서울시장님이 세종문화회관 계단 수조에서 키운 벼를 수확하는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참 허탈했습니다. 농사가 정원에서 화초 키우듯 한 것이 아니거든요. 농사는 땅과 땀의 범벅이지 도회지 사람들이 농사꾼 흉내 내며 '농사는 예술'임을 말하는 그런 낭만이 아니에요.

농사가 예술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별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는 나타내는 '농(農)'자라는 한자는 노래 곡(曲)자와 별 진(辰)이 합쳐진 글자에요. 농사가 '별의 노래'인 이유이고 농부가 예술가인 이유는 그 별의 노래 리듬에 맞추어 작물을 키우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관련 사진
농업이 예술이라는 박종부?이경임 부부가 보내준 본인의 밭 흙 사진입니다.
ⓒ 이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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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생장에는 태양뿐만 아니라 태양의 두배 이상인 달의 인력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달과 태양 그리고 다른 행성들의 인력이 만들어 내는 조수간만의 차 또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별과 달과 태양의 힘과 농부의 땀으로 만든 밥을 먹고 살고 있습니다.

여성의 생리주기도 달의 공전주기와 일치합니다. 저 또한 달의 밝음과 어두움, 차고 기울어짐에 따라 마음쓰임이 달라지니 모든 생명은 달과 별 그리고 태양의 상관관계속에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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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의 슈퍼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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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현리 들녘 위에 뜬 슈퍼문은 우주만물이 서로 공명하고 있음을 '휘영청' 일깨워주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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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13/06/10 17:56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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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4월초 예약전화를 주신분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는 여고 동창들로 서로 종종 만나지만 이번에는 오직 모티프원에 가고 싶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 내용의 진실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어법은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넘은 부산데레사여고 동창 분들이었습니다.

어제(6월 9일), 두 달의 기다림 뒤 마침내 그분들과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교복을 벗은 지 30여년이 가까워지지만 10여명은 매년 두 차례 이상 꾸준히 만나오고 있는 사이였습니다.

먼저 들어오신 한 분이 현관에 서서 들어오는 친구 한분 한분께 저를 소개했습니다.

"이 분이 이안수선생님이시다."

사실, 그 분도 초면이었지만 어떤 방법으로 이미 저와 모티프원의 공간에 익숙해져있는 분으로 짐작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자 한 분이 남자아이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제 남편입니다. 아이는 제가 47살에 얻은 28개월 된 아들입니다. 친구들의 아들, 딸들은 모두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남편과 아들은 짐을 올려주고 아내의 친구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고 떠났습니다.

밤늦도록 동창들의 화기애애한 얘기들이 끊이지 않았음을 간간이 들리는 웃음소리로도 짐작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어머님이 현관 앞에서 트렁크를 열고 짐을 다시 꺼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건망증 때문에 고생입니다. 자동차 키를 찾을 수가 없어요."

저도 '나를 믿지 못하는 날들'을 몇 년째 지내고 있으므로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불편함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중요한 것일 수록 잘 두지 않습니다. 잘 두면 도대체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논리입니다. 자동차 키라면 주차를 하시고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넣었을 가능성이 커지요."

그 분은 트렁크 속에서 바지를 찾아 거꾸로 흔들었습니다. 뭔가가 툭 떨어졌습니다. 또 다른 친구가 짐을 들고 내려왔습니다.

"야야, 이런 창피가 어딧노. 선생님 앞에서 속옷 든 트렁크 다 펼쳐놓고... 키 찾았다."

저는 무엇보다도 47살에 어머니가 된 그 멋진 어법의 주인공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함께 떠나야할 일행이 있어서 조용하게 얘기 나눌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 부인은 짐을 되싸는 일도 금방 잊어버리고 트렁크 주위에 옷가지를 흩어놓은 채 답변에 열중했습니다.

-결혼을 늦게 하신 겁니까? 어떤 이유로 출산을 미룬 겁니까?

"결혼이 늦었습니다. 제 나이 46, 남편 나이 50살에 결혼해서 다음해 아이를 얻었거든요."

-결혼은 안 하려고 했던 결심을 번복하신건가요?

"공부하다보니 혼기를 놓쳤고 30대 중반을 넘다보니 마땅히 혼처가 나타나지도 않았고요. 지금은 그 나이가 늦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늦게 마음 맞는 남자를 만났어요."

-남편도 결혼한 나이가 지명지년(知命之年)인데…….

"남편도 결혼할 시간이 없었데요. 외국에서 계속 혼자 공부하셨는데 집안이 가난해서 혼자 벌어서 공부해야했어요. 지금도 집안 형편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임신이 되지 않아 걱정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아이를 갖는데 문제는 없었나요?

"임신은 문제가 없었지만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는데 의사가 말리드라고요. 출산을 하고 나니 보다시피 제가 건망증이 와서 불편하고 체력이 급격하게 감퇴했습니다."

-육아는 어때요? 친구들이 손자 보듯 할 텐데…….

"맞아요. 손자로 여겨요. 남편이 결혼 직후에 길냥이 한마리를 데려왔어요. 아주 어린 녀석인데 늘 제 손가락 사이의 피부를 물고 자곤 했어요. 생명이 다른 종을 통해서도 정을 구하고 안정을 느끼는 그 모습에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그런데 아들을 키우면서는 그 느낌이 더욱 버라이어티하고 다이나믹해요.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휘를 인식하고 구사해나가는 그 과정도……."

-사실 예전에는 상투를 올리고 쪽진머리를 해야 어른이었지요. 저는 이점에 대해 지금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부부가 함께 조율하며 조화되는 노력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속 깊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입니다.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삼라만상을 이해하는 코드는 전혀 다를 것이란 생각입니다. 결혼과 출산은 희생을 할 만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 부부는 그 축복을 지금 누리고 계신 겁니다."

"저를 대단히 아끼는 할머니가 계신데 그 분도 같은 말씀이셨어요. '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니 정말 다행이다. 이 세상에 와서 꼭 누려보아야 할 것을 네가 모두 누리게 되니 말이다.'라고... 남편은 선생님과 꼭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이 때문에 그럴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저는 어젯밤 멀리에서 온 동창들에게 소홀히 할 수가 없어서 선생님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아쉬워할 것 없습니다. 보통 모든 동물들은 성장의 세배정도를 산다고 말하는데 선생님부부는 3년 전에 결혼했고 이제 남들이 20대 혹은 30대 초에 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나이 50까지를 성장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사실 날도 같은 연배보다 훨씬 길 터이니 다시 뵐 날도 더 많이 남았습니다.

"하하하... 위안이 됩니다. 남편과 함께 꼭 다시 뵙겠습니다."

친구들이 출산하고 육아하는 동안 그 부인은 치과의사로 사회생활에 여념이 없었고 남편은 일본에서 혼자 등록금을 만들면서 긴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은 명예퇴직을 고려하고 있는 시점에 서울 한 대학에 교수자리를 얻어서 귀국했고 결혼했습니다.

누구나 같은 시기에 꽃이 피지는 않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지금이 꽃피는 봄날입니다.

사진설명 |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기쁨을 누리고 계신 그 분은 아침 산책길에 들꽃 몇 송이를 가져다가 방에 두고 떠났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는 들꽃이나 사람이나 모두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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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하룻밤의 치유
2013/06/03 16:43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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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하룻밤의 치유

 

중년 부부가 오셨습니다.

설레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허니문의 달콤한 신혼이 지나면 점점 결혼 생활이 사랑만으로 영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게 됩니다.

출산과 육아, 부모의 부양 등 직장생활 외에도 감당해야할 의무가 점점 널어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랑이 의무만으로 대치된 것은 아닌가하는 회의가 밀려오기도 하지요.

이 회의감이 짙어지고 길어지면 자칫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어제 오신 부부께서는 오늘 아침 경쾌하게 산책을 즐겼고 체크아웃할 때는 어제 체크인할 때보다 훨씬 유쾌해진 모습이었습니다.

그 부부가 떠난 공간을 정리하면서 이 부부의 하룻밤 나들이가 참 값진 시간이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여인상 목각인형을 창문턱에 올려놓고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위치가 바뀐 그 여인상이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침대에는 1천원 권 봉사료가 베개 옆에 놓여있었습니다. 두 분을 안내하고 응대한 제게도 흡족했던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방명록에 ‘미울 때도 많았지만 참고 지내니까 사랑으로 변하더라'는 고백과 '꾸지람도 많이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결심도 남겨두었습니다.

이 부부에게 하룻밤 나들이는 부부로 사는 것의 의무감 이전의 시간으로 다시 돌려놓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3. 5. 2.

모티브원에 와서 좋은 추억 만들고 갑니다.

아주 오래전에 와서 추억을 만들었지만

새삼 오늘이 더 나에게 아주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시간 내어서 오고 싶은 모티프원입니다.

TV가 없어서 조금은 이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넘 마음에 좋았어요.

나를 즐겁게 해주는 '오디오의 음악'.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 옆에 항상 남편이 계시니까

더욱더 행복하고, 늘 그분에게 '감사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지만 오늘 이곳으로 여행오자고 한 그이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한때는 미울 때도 많았지만 그때그때 참고 지내니까 사랑으로 변하드라구요.

항상 저한테 꾸지람도 많이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모티프원. 다음에는 친구들과.

음악과 함께 즐기다 갑니다.

작가님의 친절함.

PS. 작은 오디오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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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 샘
2013/05/07 15:31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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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옹달 샘

사진설명 | 오늘(2013년 5월 7일) 헤이리의 500년 느티나무는 느리게 온 봄을 탓하지않고 어느듯 무성하게 연녹색 잎을 피워 넉넉한 그림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소풍 나온 사람들을 품어 앉았습니다. 이 느티나무를 닮을 수 있다면…….


깊은 산속 옹달 샘..,

그리 깊이 찾아가지 않아도

목이 그다지 마르지 않아도

조금 전 벌컥 벌컥 숨넘어갈세라 들이키고

또다시 목마른 것처럼 속이고

그 길 앞을 지날 때면 괜스레 한 손 퍼 올려 마시고 싶은 한 모금...

‘모티프원’입니다.

밤 낮 눈감고 다니던 길이라도 그곳을 쉬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오늘도 그곳을 기웃거리며

물 한 모금 들이켜고 싶었습니다.

창틈으로 반사되는 빛을 손으로 가리고

거실이며 서재며 훔쳐보다

기척 없어 돌아서는 순간

우르르 나타나신 가족들 흠칫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야 말로 더운 여름 한사발의 얼음냉수같이

선생님의 온가족을 대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제 아내랑 딸을 소개 하고 싶었습니다.

반가이 맞아 주셔서 고맙고 감사 했습니다.

--- 중략 ----

돌아오는 길에 제 아내와 아이에게

어께가 산만큼 올라갔습니다.

이렇쿵 저렇쿵 선생님 자랑을 늘어놓고 나니

그게 선생님을 등에 업고 제자랑 실컷 했습니다.

내가 이정도야 하고 어시 댔습니다.

유치찬란했습니다.

오늘이 91번째 어린이 날인데

아내와 아이 앞에 제가 철없는 어린이었습니다.

오늘이 저의 날이었습니다.

평생 오늘처럼 어린이로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겠습니다.

이선생님 그리고 가족들도 서로 함께 뵐 수 없다는데..,

저는 갈 때 마다 사모님을 뵙고..,

오늘은 온가족도 맞닥뜨린 날입니다.

그래서 모티프원, 이선생님은 저의 옹달샘 입니다.

구두회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시대,

마셔서 마셔도 목마른 세대,

그 허기진 시대를 갈증까지 겹친 세대가

오늘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모티프원은 시대의 허기를 달래고

세대의 갈증의 푸는 법을 함께 찾아보는

학숙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제 스스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저에게 명한 그 사명을 잊지않으려고 애쓰고 있지요.

모티프원을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여겨주신 구두회선생님의 그 부름이

그간 제가 잠을 줄이며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물음에 답한 노력에 대한 넘치도록 고마운 보상입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은 주인이 따로 없습니다.

토끼도, 고라니도, 너구리도 물을 들이켜고,

곤줄박이도, 박새도, 직박구리도 목을 축이는 곳입니다.

구태여 주인을 말한다면

그 산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입니다.

이렇듯 주인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주인인 경우입니다.

모티프원은 헤이리라는 인공화된 마을의 인공적인 공간에서

'깊은 산속 옹달샘'같은 역할에 욕심을 내고 있는 곳입니다.

탐욕이 무성한 마음을 치유하지 않고는 결코 허기를 채울 방법이 없습니다.

허리에 구멍이 난 물항아리에 결코 갈증을 달랠 물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탐욕을 다스리고 물이 새는 구멍을 막는 일이 먼저입니다.

모티프원을 찾는 분들과 탐욕을 다스려 허기를 잠재우는 법을 나누고

한손바닥으로 퍼 올려 마신 한모금만으로도 갈증이 가실 수 있도록

스스로 거듭나는 법을 고민하는 옹달샘의 사명을

구두회 선생님께서 다시 다짐토록 해 주셨습니다.

구선생님 가족들과 대면한 그 날이 91번째 어린이날이 였다구요?

사실 완전에 더 가까운 것은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이니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순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 어른들을 위로하는

'어른의날'로 바뀌어져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른의날', 어린이들로부터 이미 증발된 순수를 배우는 어른들의 날로 말입니다.

구두회 목사님은 저의 옹달샘입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 담아,

이안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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