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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앞둔 네 명의 청소년들과의 하룻밤 | “우리의 발목을 영원히 잡을 수 있는 장애물은 없다.”
2013/04/17 22:45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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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앞둔 네 명의 청소년들과의 하룻밤

“우리의 발목을 영원히 잡을 수 있는 장애물은 없다.”


#1

지난 4월 4일 목요일, 4명의 청소년이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장성문, 남기문, 정상민은 필리핀의 북부 민다나오 카가얀데오로(Cagyan de Ore)에 있는 NIS(Nanuri International School 나누리국제학교)에서 함께 수학한 학생들이었고 정상원은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이었습니다.

3월에 졸업 후 모두 미국에 있는 각기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기에 앞서 모티프원에서 서로의 우의를 다지고 미래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학교의 생활관에서 2년 이상 함께 지냈던 사이로 타국 객지에서 수학하는 외로움을 서로 격려하며 우의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3월 졸업식에서 졸업생 3명은 모두 필리핀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재원들입니다.

#2

저녁시간 그들은 함께 모티프원의 서재로 내려왔습니다.

이들이 모티프원에 온 목적은 저와의 대화였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계획한 대학과 그 대학에서의 공부 방법, 그리고 그 후의 진로와 관련한 질문거리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마침 그날, 케냐에서 자라고 케냐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조국을 제대로 알기위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방의 의무의 일환으로 선사에서 화물선을 타고 있는 김홍경씨가 와 있었습니다.

관련글

조국의 군복무를 마쳐야 사나이로서 완성될 수 있다."

http://motif_1.blog.me/30165477053

저는 그들이 홍경씨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케냐 나쿠루의 영국계 고등학교인 Melvin Jones Lions Academy와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을 졸업하고 국방의 의무를 끝내면 다시 영국에서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홍경씨의 다양한 국제경험과 한국생활이 곧 이들에게 현실이 될 유학생활과 군복무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크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이윤추구(University for profits)가 목적인 요소가 많아요. 일부대학들이 나스닥(NASDAQ ; 미국의 장외주식시장)에 상장되어있습니다.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보다 기업적인 본색을 드러낸 셈이지요. 그 대학들은 주주의 이익을 실현시켜야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하나의 비즈니스 수단일 수가 있어요. 그러므로 미국에서의 공부는 그 목표를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는 부모님의 희생으로 그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주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각 유명대학들은 그 대학의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그 대학 유명 교수님들의 실제 강의가 공개되어있어요. 그 강의를 실제로 들어보세요. 우선 그 강의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되는 지를 확인하고 그 전공의 공부가 나와 잘 맞는 지에 대한 점검을 미리 할 수 있어요."

홍경씨는 그들에게 유학에 대한 엄격한 태도와 강도 높은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홍경씨는 호주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고 그곳에서 취업해서 높은 급여를 받고 있는 여동생의 유학과 취직에 대한 사례도 들여 주었습니다.

"미국의 경기는 지금 깊은 수렁에 있어요. 그러므로 미국에서의 졸업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여동생은 유학 후에도 대부분 취업을 못한 채로 그 나라를 떠나야하는 나라들 대신 다른 나라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각 나라에서 부족한 인력분야를 조사하고 어떤 분야를 공부해야할지를 미리 조사를 한 겁니다. 그래서 동생은 의사되는 먼 길을 택하는 대신 의사에 준하는 대우와 급여가 지급되면서 취직이 쉬운 과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 그 나라에서 쉽게 취직을 할 수 있었어요. 미국만을 고수할게 아니라 호주나 홍콩 등 다른 나라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홍경씨와의 대화시간이 끝나고도 우리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유학과 진로 그 후의 긴 인생항로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목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다른 언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 언어를 수단으로 나의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영어와 제2 외국어는 내가 강을 건너기위한 배임을 염두에 두어라.

그리고 한 언어를 공부할 때는 단순히 그 언어의 뜻을 익히는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언어에 포함된 그 언어권 사람들의 긴 역사와 삶의 잔잔한 무늬 그리고 세상을 보는 가치를 읽어 내도록 해야 한다. 언어는 그 민족이 살아온 과거의 다양한 태도를 화석처럼 간직하고 있고 그리고 동시대의 다양한 유행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그러므로 한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 언어권 사람들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그들의 숨겨진 속마음까지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누구나 절벽을 경험한다. 어느 순간 나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아닌가하는 좌절이 엄습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절벽은 그동안의 노력들을 수포로 만드는, 극복불가능한 장애가 아니다. 우리의 발목을 영원히 잡을 수 있는 장애물은 없다. 그 절벽의 모서리에서 우선 앞에 펼쳐진 협곡의 풍경을 즐겨라. 그리고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그 절벽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라. 포기한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하고 있음이 보일 것이다. 그래도 방법을 찾지못하겠다면 도움을 구해라. 그 절벽을 이미 건너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얼마나 쉽게 그 절벽을 통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홍경이 형님의 메일주소를 받았다. 그리고 내 주소도 가지고 가거라. 필요할 때 너의 로프가 되어주마."

다음날 아침 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모티프원을 떠났습니다.

어떤 장애물도 그들의 발목을 묶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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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골의 부신(符信), 꼭지윤노리
2013/04/13 18:34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290 
 
http://motif_1.blog.me/3016586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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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라드인 랄프의 15년 한국체류기
2013/04/09 06:27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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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라드인 랄프의 15년 한국체류기

어제(4월 8일), 모티프원에 15년째 한국에서 영어교사와 사진가로 살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랄프(Ralph)씨가 오셨습니다.

그분은 동양의 언어, 특히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 온 다음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한창 혈기왕성할 때였던 23살의 랄프씨는 자신의 마음을 빼앗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여인에게 지극정성을 들였고 1년 만에 결혼에 성공합니다.'

그런 연유로 자신보다 5살 많은 부인과 15년을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오래 살수록 벽을 느끼는 한국과 한국사람

-지금의 한국 생활은 어때요?

"좀 추워요!"

-봄이 왔는데 랄프씨는 여전히 춥다면 마음이 추운 게 아닌가요?

"맞아요. 마음이 추워요."

-마음이 추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소통이 안돼요."

-누구와 소통이 안 되는 걸까요?

"와이프와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너무 오랫동안 한국에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어와 한국사람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셨을 텐데…….

"그것이 문제에요. 예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말들도 들리게 되고, 한국인이 소통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한국인들은 정이 많고 특히 외국인들에게 과잉일 만큼 친절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인데…….

"낯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친절해요. 그렇지만 서로 알아갈수록 외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사람과의 오해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요. 한국말이 참 어려운 말이에요. 말하는 그 뒷면을 알지 못하겠어요."

-그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잘 모르시겠다는 말인가요?

"예. 그 말의 숨은 의도 같은 거요."

-사실, 원어민이 아닌 경우, 그 언어가 함축하고 있는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불통의 답답함을 느낄 때 어떻게 해소하고 있나요?

"혼자 말해요. 허공에다가요. 아니면 태국 사람들에게 말하거나……."

-좋은 방법이네요. 허공에라도 말을 하는 게 좋지요. 모든 감정을 속에 쌓아두기만 하면 병이 되요. 특히 랄프는 한국에 아내의 친정식구들 외에는 모든 친척이 네덜란드에 계실 테니까요.

"맞아요. 저의 식구들은 모두 암스테르담에 있어요."

-태국인들과는 더 소통인 잘되는 편인가요?

"그래요. 우리 유럽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동양인 중에서는 한국인보다 태국인에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랄프씨의 태국인 친구들은 한국에 계신 분들인가요?

"아니요. 방콕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사진하는 친구들과 태국에 여행을 갔었고 그 때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태국친구 10여명을 사귀었어요."

“네덜란드 사람들의 몸속에는 탐험가의 피가 흘러요."

-네덜란드는 공용어가 영어가 아니잖아요?

"네덜란드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랄프는 영어에 원어민처럼 유창할 수 있었고 지금 원어민 영어선생으로 일할 수 있지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아주 쉬워요. 저는 따로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어릴 때 영어 TV를 보면서 저절로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 경우입니다. 유치원에 들어갈 때는 이미 영어 구사에 자유로워져있었어요."

-네덜란드어와 영어의 공통점이 많나요?

"많아요. 50%로 정도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어순이 같고 단어들도 비슷하지요. 그래서 영어를 모르는 저희 부모님도 영어를 들으면 무슨 의미인지를 짐작할 수 있어요.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네덜란드 사람에게 영어와 독일어를 배우는 것은 식은 죽먹기에요."

-그럼 영국 사람들과 독일 사람들도 네덜란드어를 익히기가 쉬울 수 있겠네요?

"아니에요. 반대로는 불가능해요. 그 사람들은 네덜란드어 공부를 무척 어려워해요."

-랄프씨는 한국어 외에도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태국사람들과 정신적 교류에 편안함을 느끼고 언어에도 흥미가 있다면 태국에 가서 몇 년 살아보는 것은 어때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부인이 동의를 할까요?

"안하지요. 그것이 문제에요."

-부인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요?

"미래에요. 모험보다 항상 안정된 미래에 관심이 많아요."

-부인과 네덜란드로 가서 살 수도 있잖아요? 부인의 영주권 취득에 문제가 없을 테니…….

"아니오. 영주권을 얻기가 어려워요. 네덜란드는 결혼을 한다고 배우자에게 영주권을 주지 않아요.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 야해요."

-배우자에게 영주권을 주지 않는다면 문제 아닌가요?

"결혼은 개인적인 문제이니까요. 아마 이미 너무 많은 외국인들이 네덜란드에 들어와있기때문인가봐요."

-랄프씨는 한국에 영구체류신분이지요?

"예, 영주권이 있어요."

-한국에서 제일 좋은 점이 무엇이에요?

"강원도가 좋아요. 한국에는 산이 많잖아요. 서울에서는 한강다리를 오토바이크를 타고 오갈 때 그 풍경이 좋아요."

-등산을 좋아하시나요?

"싫어해요. 산에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잖아요."

-오르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희열이 커잖아요. 그리고 내려올 때는 수월하고…….

"저는 내려올 때도 힘들어요. 대신 바다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오토바이크는 몇 년이나 타셨나요?

“20년이요.”

-제가 만두를 쪄드리고 싶은데 김치만두에요. 김치도 잘 드시나요?

"한국 음식 모두 좋아해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도 잘 드시나요?

"물론이지요. 한국에 온 처음부터 된장찌개 좋아했어요."

-된장찌개를 좋아하면 완전히 한국 사람이 된 셈이네요. 집에서는 주로 누가 식사준비를 하시나요?

"각자 먹어요."

-아니 왜요?

"와이프는 회사에서 바쁘고 늘 밖에서 먹고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말 못할 어려움이 많지요. 심지어 저는 3개월쯤 혼자 배낭여행을 하더라도 외국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여행 중에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계속되거나 몸이라도 불편하면 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15년을 한국에서 이렇게 산 랄프씨는 성공한 탐험가에요.

"우리 네덜란드 사람들의 몸속에는 탐험가의 피가 흘러요."

-조선시대에 박연(벨테브레), 하멜 그리고 히딩크까지 네덜란드 사람들은 우리나라와도 인연 깊은 모험가들의 나라입니다.

"하멜은 13년간 이 땅에 머물렀고 15년만에 네덜란드로 돌아갔지요."

-랄프씨는 하멜이 이땅에 억류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렀군요. 앞으로도 한국생활을 계속하셔야 할텐데 만약 부부싸움을 하게 되어도 제게 하소연을 하시고, 한국사람에게 화낼 일이 생기면 제게 전화해서 제게 화를 내세요.

"고맙습니다."

e-Goverment for Foreigner, Hi korea

http://www.hikorea.go.kr/p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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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성장을 돕고 결핍이 꽃을 피게 한다
2013/03/08 14:10
http://heyri.net/blog/postview.asp?b_id=ansoolee&idx=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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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성장을 돕고 결핍이 꽃을 피게 한다

햇빛을 등지고 손을 잡고 걷는 연인의 모습이 마치 아지랑이인양 살갑습니다.

기운을 얻은 햇볕은 이미 대지위의 눈을 모두 거두었고 햇살에 데워진 공기는 헤이리를 봄기운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오늘이 경칩(3월 5일)입니다. 동면하던 동물들이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날이지요.

경칩날에 물이 괸 곳을 찾아 개구리나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으면 몸이 건강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새봄, 새 생명을 통해 생명력을 얻으려 했을 테지요.

수생태해설가인 제 친구 한상준은 분당의 맹산공원에서 벌써 개구리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사한 햇살에 취해 있을 때 낯익은 분이 정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파주시야생화연구회의 김금자선생님이었습니다.

이 분은 원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부모님의 등에 업혀서 남쪽으로 내려오신 분입니다. 어쩐지 북쪽이 좋고, 산이 좋아 서울에서 파주 법원읍 금곡리의 산 중턱으로 집을 옮기고 야생화를 벗 삼아 사신지 22년째입니다. 김선생님도 동면에서 깬 개구리 소식을 전했습니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은 것이 벌써 일주일 전입니다. 파주에서도 개구리는 벌써 잠에서 깨었습니다."

파주의 개구리 소리, 분당의 개구리알이 '개구리알을 건져먹는다'는 경칩의 속신(俗信)에 틈 없이 부합(符合)합니다.

언 땅은 전혀 녹지 않았지만 김선생은 헤이리 정원의 상태가 궁금해서 오셨습니다. 들꽃이 좋아 22년 이상 우리의 산을 어머니 품 삼아 산에 안겨서 살아온 62세의 산처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식물의 세계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이 정원에서 매년 피고 지는 들꽃들만 해도 숫자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또한 이웃한 동산의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와 밤나무, 산벚나무 만의 친구가 되기도 어렵다. 그런데 온 산의 들꽃 형편에 그렇게 소상한가?

"사랑과 세월이 필요하드라. 사랑하게 되면 엎드려 들여다보게 되고 자주 들여다보면 비슷한 것들조차 확연히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매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그들의 형편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또한 시간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사랑하면 마침내 들꽃과 나무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야생화나 나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 우선 그에 관한 책을 찾게 되는데…….

"책을 통해 기초지식을 쌓는 것이 좋다. 하지만 책만으로 알 수 없는 게 자연이다. 들과 산의 자연으로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자연을 잘 아는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결국 자연과 대면해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선생님은 책이 아닌, 자연 속에서 홀로 들꽃들의 친구가 되었나?

"산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산을 찾았다. 그 그룹 중에는 나처럼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 약초를 깊이 알고자하는 사람 등 그 취향이 조금씩 달랐다. 함께 전국의 산, 특히 강원도 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연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화초나 잡목들도 어떤 해는 꽃이 유난히 곱다가 어떤 해는 꽃이 피지 않기도 하고 열매가 형편없기도 하다?

"화초의 경우 영양이 풍부하면 꽃이 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척박해야지 꽃이 곱게 핀다. 나무의 열매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히 위기의식을 느껴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대를 이를 준비를 한다."

-정원의 풀은 완전히 제거해야 옳은가? 나는 풀도 아름답더라.

"화초의 경우도 풀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보다 한두 포기 옆에 두는 것이 좋다. 화초만 있는 경우 더디게 자란다. 풀이 옆에 있으면 생육속도가 훨씬 빠르다. 식물도 적당한 경쟁상대가 없으면 게을러진다. 넝쿨을 올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가지만을 올리는 경우보다 두 가지를 함께 심어 올리면 좋은 벽면을 서로차지하기위해 치열하게 퍼진다."

-난 정원을 방치하는 방식인데 처음에 심었던 잔디는 3년째 되던 해에 적지 않은 부분이 토끼풀에 점령당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질경이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것은 무슨 조화인가?

"식물들은 일단 자리 잡은 곳에서 최대한 세력을 넓힌다. 그런데 그곳이 그 식물에게 좋은 조건이 되지못한다면 다음해에는 새로 날아와 번식을 시작한 다른 식물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그러므로 적절하지 못한 곳에서 필요이상 세력을 키우면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

-땅이 녹으면 조경을 위해 새로운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구덩이 아래에 거름을 넣는 경우도 있더라. 옳은 경우인가?

"잘못되었다. 옮겨 심는 나무에게 좀 더 많은 영양을 공급하여 활착을 빨리하도록 하겠다는 욕심의 결과이다. 나무는 맨땅에 심어야한다. 거름을 넣고 그 위에 바로 나무를 심으면 거름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 나무는 죽게 된다. 거름을 넣고 싶다면 더 깊이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넣고 맨흙을 두텁게 덮은 다음 나무를 심어야한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어찌 그 사는 이치가 이렇게 같을까요.

부족함이 없으면 의욕이 떨어지고, 경쟁이 없으면 나태해지는 식물, 이 식물이나 사람이나 그 본능과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 악성(樂聖)으로 추앙되는 그는 그가 살았던 18세기와 19세기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음악사의 성인(聖人)임이 흔들릴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땅딸막한 키에 유난히 큰 두상, 사팔뜨기에 귀머거리였습니다. 음악사의 뛰어난 이 위인은 한 번도 연애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전기 작가들은 그가 동정인 채로 죽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함없이 우리를 위안하는 그의 '영웅, 운명, 전원, 합창'의 교향곡과 '비창, 월광, 열정'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그의 고독한 체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쟝 자크 루소(Rousseau)의 교육론인 '에밀(Emile)'은 자신이 태어나고 9일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14살에 재혼한 아버지로 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었던 자신의 방황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칸트와 니체. 철학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유체계를 구축한 이 사람들은 모두 사랑에 실패했으며 독신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좌절이 이들을 위대한 철학자로 세웠습니다.

경칩날 저는 봄의 들머리를 걸었습니다. 석양은 불과 일주일 전보다 10여m나 오른쪽으로 옮겨가서 땅 밑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회색빛 정원에도 곧 난만(爛漫)한 봄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올해는 어떤 식물이 척박한 토양에서 경쟁을 뚫고 두드러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경칩날 저를 깨운 것은 결핍이나 경쟁의 스트레스를 탓할 일이 아니라 묵정밭으로 남은 마음 밭부터 서둘러 일구어야겠다는 자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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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솟대하나 세웁니다.
2013/02/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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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솟대하나 세웁니다.

정월대보름입니다.

쥐불놀이, 줄다리기, 지신밟기(地神-), 놋다리밟기, 차전놀이(車戰-), 석전(石戰), 부럼깨기, 달맞이, 달집태우기, , 기세배(旗歲拜)……. '대'보름이라는 명칭답게 절기마다 있는 세시풍속 중에서도 가장 많은 풍속이 행해지는 날입니다.

대보름에는 주로 마을 공동의 의례들이 행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을공동으로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지연적인 유대감을 높였습니다.

산제당·산신당(경기·충청), 서낭당(강원), 당산(전라·경상), 본향당·포제단(제주도) 이라는 제당에서 동제(洞祭 혹은 당제)를 지내는 것으로 우순풍조(雨順風調 농사가 잘 되도록 비가 때를 맞추어 오고 바람이 고르게 붐. 또는 기후가 순조로워서 곡식이 잘 됨. 곧 천하가 태평스러운 것을 뜻함)를 기원했습니다.

대보름의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몰아내는 밝음의 상징이었고 이날 동제를 지냄으로서 마을 사람들이 재앙과 액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풍농과 풍어를 바라는 치성(致誠)를 드렸습니다.

이 동제의 일환이 솟대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솟대는 장대나 돌기둥 위에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올려 동네 입구에 세워 마을의 신앙 대상물로 삼은 것이지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습니다.

홀로 세워지기도 했지만 장승, 선돌, 탑(돌무더기), 신목(神木)과 함께 세워졌습니다.

솟대(蘇塗)는 세계수(世界樹, 우주목 宇宙木, World Tree : 지상의 인간세계에 천상의 신이 강림하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나무)와 물새(주로 오리)의 결합으로 북아시아 샤머니즘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마을을 수호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신으로 기능해왔습니다.

헤이리에서도 주민들이 갈대광장에 모여 대보름축제를 열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의 농악 공연을 마치고 갈대광장에서 오곡밥을 함께 나누고 구름솟대 아래에서 휘영청 솟은 달을 보면서 한해의 화합을 다짐했습니다.

이렇듯 이웃 간의 인정을 나누고 도리를 생각하는 시간이 헤이리의 정월대보름입니다.

저는 솟대의 단순 소박한 이미지를 차용해서 입체작업에 응용하기도 합니다. 철이나 백시멘트, 색소시멘트를 조합해 릴리프로 같은 우주목과 새의 이미지를 표현하기도하고 구멍 난 고무신에 공사장에서 버려진 쇠붙이를 활용해 물새의 형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할 때마다 조상님들이 희구했던 따뜻한 마음을 고요히 회간(回看)해 볼 수 있어서 괜스레 마음이 홀로 흐뭇해지곤 합니다.

과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솟대만들기 체험을 강의했던 경험에 이어서 모티프원에서 솟대만들기 체험을 강의하기도합니다.

저는 이 강의를 통해 솟대의 전통적인 의미와 기능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솟대를 함께 세우는 뜻에 녹아있는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인 두레와 이웃 간 공동체의 바람직한 정리(情理)를 함께 상기해보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마음속에 영험한 솟대하나 세웁니다. 너와 나, 모두의 수복(壽福)과 강녕(康寧 위하여…….

"부디, 두루두루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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